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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METHODIST THEOLOGIC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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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U 뉴스

동문칼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1-01 00:00:00
조회수
491
첨부파일
				


 

목회자가 되기 전 내면의 문제를 살펴라!


신학생들이 목회자가 되기 전부터 갖는 심각한 내면의 문제가 있다. 선생(先生)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각자 교회에서 오랜 시간 교사로 봉사하며 아주 어린 나이부터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을 그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의 선생 생활은 목회자가 되면서 평생 선생 노릇하려는 삶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습관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다. 어쩌면 목회자로서 평생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 이 안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목회자가 가르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목회는 기술이 아니다. 물론 많은 지식도 필요하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감각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과 기술은 실제 목회 현장에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2000년도에 경기도 안성으로 서리 파송을 받았다. 교회는 안성 시내에서 차로 10여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사방으로 포도밭과 논이 가득한 마을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농부들이 교인들이었다. 이들은 새벽부터 일하고 지친 몸으로 교회에 나와 수요예배를 드리고 속회 예배를 드리고 금요 철야까지 하는 분들이었다. 서울에서 새로운 담임전도사가 오셨다고 더 열심히 예배에 참석해 주셨다. 그리고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7월 어느 날, 교회 임원 수련회를 2박 3일 동안 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언저리에 교회에 모인 임원들 앞에서 교회의 장기목표와 단기 목표, 세부 시행 안을 짧게 토의하고 그 다음 시간으로 현대 신학과 사상의 흐름을 강의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신약개론을, 오후에는 구약개론을 강의했다. 마지막 날에는 감리교회의 임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구체적인 삶의 예시를 들어가며 감리교교육국(KMC)에서 나온 임원훈련교재를 가지고 강의했다. 개인적으로 몹시 만족했다. 서리전도사의 목회계획 발표와 임원세미나 강의치고는 꽤 잘했다고 스스로 흥분할 정도로 만족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획대로 목회가 될 것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무언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꿈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 40여 가구를 1년 안에 전도하고, 2년 뒤 주변 5개 마을 중 3개를 접수하고, 그 후는 … 이런 상상을 하면서 성령의 불길에 싸인 교회를 상상했던 것이다. 1년 후 피곤이 엄습해왔다. 임원들도, 전체 교인들도 전혀 요동이 없었다. 서로 대면하고 있는 것이 피곤했다. 나는 길을 제시했고 최선을 다해 가르쳤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피 끓는 열정으로 설교했다. 내 논리에 하자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 논리가 정연할수록 교인들과 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었다. 서로의 피곤함이 깊어지게 됐다. 다시 새롭게 마음을 먹고 시작하고 또 좌절하고를 반복한지 3년이 되었을 때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항상 나는 말을 하고 교인들은 들었다. 그게 다였다. 어차피 가르쳐도 결론은 똑같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면서 가르치는 횟수가 줄어들고 말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그저 무슨 모임이건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임원세미나도 목회계획 세미나도 없었다. 속회 때도 목사의 말수가 줄어들고 예배 후 교인들의 말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그렇게 교인들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교회가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속회를 내가 아닌 사모에게 맡겼는데 교인들이 예배 후 다과를 하면서 시집올 때 당했던 억울한 이야기, 밥을 굶고 젖이 나오지 않아 애달프게 키운 아들 이야기, 빚에 시달려 멀리 도망갔다 돌아온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물론 사모는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 평소 듣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다. 성도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우는 사람을 위로하면서 나도 그랬다고 말하고, 그래서 하나님 이외에는 믿을 존재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더라는 것이다. 교인들 한명 한명의 신앙의 여정, 삶의 고통 가운데 만났던 하나님의 역사, 그들 삶을 통해 개인의 역사 가운데 나타나신 하나님의 사랑은 실로 대단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은 초신자는 은혜를 체험하고 자신이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서로 배우게 됐다. 선생이 필요 없었다. 그 자리엔 목사가 필요치 않았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역사하신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가르치려하지 않아야한다. 특별히 목회자는 가르치려하지 말아야한다. 어쭙잖게 알고 있는 세상의 지식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 안에서 성도들을 가르치지 말아야한다. 그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에 종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을 섬겨야한다. 하나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성도 앞에 고개를 숙여야한다. 성도 안에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그분의 뜻에 합당하게 봉사하고 일하는 노비가 되어야한다. 우리는 가르치는 선생에서 벗어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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