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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사 -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에서 교회를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1-01 00:00:00
조회수
527
첨부파일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에서 교회를 만나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구(舊) 금곡 역. 경춘선 개통으로 기존 철로가 이선됨에 따라 열차가 서지도, 오지도, 가지도 않는 폐역이 됐다. 그러나 지금 이 역은 작은 십자가가 우뚝 솟은 교회로 탈바꿈했다. 역으로의 역할은 더 이상 불가능하지만 어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역의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말벗이 된다. 성시교회의 박영환 목사를 만났다.

-역 간판을 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성도들이 처음엔 역 간판을 떼고 교회 이름을 집어넣자고 했다. 그런데 나는 교회 이름이 크다고 교회를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 교회들의 십자가는 너무 높다. 교회는 조그만데 십자가는 경쟁하듯 크게 하다 보니 십자가의 본질보다 교회의 권위가 높아지고 교세의 상징이 돼 버렸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아, 크리스천들이 이렇구나”라는 것을 보여줘야 되는데, 구호나 전시적인 효과로 교회를 선전한다. 그런데 우리가 전도해야 할 대상들은 그것을 싫어한다. 신문마다 선교회 이름하며 회장, 총재, 상임회장, 대표회장 등 갖가지 회장들을 신나게 내보내지만, 비기독교인들이 볼 땐 이런 일들이 얼마나 웃긴 것이겠는가? 우리가 삶 속에서 전도를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타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구호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또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보니 사회로부터 기독교가 소위 ‘개독교’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역건물에서 목회를 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집이 바로 이 건너편에 있다. 집에서 역이 보이는데, 여기서 교회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원래 이곳이 음식점을 하려고 공사를 진행했던 곳이다. 철도공사와 음식점과 합의가 돼서 음식점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때마침 남양주시가 이 지역을 체육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식당 개업을 불허했다. 그래서 약 1년여 간을 폐역으로 남아있던 곳인데, 내가 철도공사에 가서 사정을 말했다. 이 과정 속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거의 다 풀렸고, 목회를 시작하게 됐다.

-어떤 목회를 하고 있는지?
이곳에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불량학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불량학생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저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담배피고, 자기들끼리 모여 술 먹고 하는 애들이 많다. 처음에는 삐죽삐죽하더니 계속 들어와서 컵라면 먹여주고 하니 이제는 교회에 잘 들어온다. 어느 목사님께선 한컵라면 7박스를 애들 먹이라고 매달 보내주신다. 이젠 동네에 나가면 “목사님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라고 아이들이 먼저 인사한다. 자전거 도로가 완공되면 자전거를 구매하고 자전거 동호회를 만들어 학생들과 공휴일이나 토요일에 함께 타야겠다는 꿈을 꾼다.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일을 해도 힘들지도 않고 좋다. 여기 주변에 옛날 모습을 재현하려고 벤치, 꽃밭을 만들고 있다. 기쁘고 즐겁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교회 와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교회를 오픈했다. 또한 화요일마다 'Pop English'라고 노래로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이 있다. 주민들이 20여분 모이는데 영문과 출신 교회 전도사님이 옛날 팝송으로 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가?
학생들이 라면을 먹으려고 교회에 쑥쑥 들어오는 것처럼 어른들도 종종 교회에 들어온다. 일단 전철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잘 들어온다. 역 간판을 안 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교회라고 하면 비신자들과 교회와의 벽이 생기지만 역이라고 하니까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전도사님이 영어 강사를 오랫동안 하셔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뮤지컬 잉글리시’를 계획하고 있다. 또 자전거 동호회를 만들어서 운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손 편지 쓰기도 할 생각이다. 지금 사회가 너무 디지털 시대다보니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자 해서 손 편지 운동을 전개하신 분이 있다. 그 분이 관공서에도 많은 준비 작업을 해 놓으셨는데 신문광고를 보시고 교회로 찾아오셨다. 그런 공간이 조성되면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여기서 아내나 아들, 딸, 부모님들에게 편지를 쓰고, 부치면 매우 좋을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와서 주민들을 위해 미술공방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은 못하지만 1,300평 땅 중에 컨테이너 갖다 놓고 사용료 걱정 없이 하라고 말한다. 남양주 장애인 협회에서도 컨테이너 하나 놓고 사무실로 써도 되냐고 물어봐서 과감히 허락했다. 무료급식도 교회 앞마당에서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어떤 목사이고 싶은가?

나는 목사님 같지 않다는 말이 참 좋다. 목사 같지 않다는 말은 목사란 소리며 우리가 생각하는 목사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들은 목사님 같다는 소리를 좋아한다. 그것은 목사 행색을 하지만 목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4대째 목회를 하고 있다. 목회자가 되기까지 여러 안 좋은 모습만 봐 왔기 때문에 내가 목회를 시작할 때 ‘권위주의에서 탈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편한 목회자, 아이들이 와서 장난치는 그런 목회를 꿈꿨기에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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