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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 믿음의 실험을 위한 훈련장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1-01 00:00:00
조회수
501
첨부파일
				


 

믿음의 실험을 위한 훈련장


조세영 목사 (88학번, 금성교회 담임목사)

나의 모교(母校) 감신을 졸업하고 1994년부터 전남 여수 돌산섬에서 목회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벌써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거리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감신에서도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고 시대의 아픔에 동참했던 기억들이 아련하게 추억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대학에 진학하며 새롭게 시작한 서울 면목동의 해뜰 검정고시 야학(夜學)교사로의 봉사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한 내 자신의 나름대로의 결단이었다. 80년대는 도시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어린 학생들이 생계를 위해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도시 공장에 취업해 죽어라 일하는 그런 시대였다. 그런 가운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미래의 꿈을 키웠던 곳이 야학이었다. 나는 그 곳에서 한문과 특활을 지도하는 인기만점(?)의 강학(講學;야학에서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신 교사를 강학, 학생들을 학강(學講)이라 불렀다)이었다. 일주일의 시간 가운데 4-5일, 거의 매일 저녁, 면목동의 해뜰 야학에서 저녁 식사를 못하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끓이는 라면 사역(?)도 대부분 내 담당이었다.
저녁마다 20-30개의 라면을 끓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것도 자주, 오래 하다 보니 기막힌 맛을 내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래서 학강들은 나를 라면 박사라 부르며 함께 즐거워했다. 2년간 거의 매일 저녁 시간을 바쳐 섬겼던 야학은 소위 운동권 친구들이 말하는 의식화, 사회 개혁을 위한 신념 그런 것은 애초에 나와 별로 상관이 없었다. 나는 다만 어려운 가운데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동생 같은 학강들, 사람이 좋았다. 노동자와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상관없이 섬김과 사랑이 인간의 불평등을 무너뜨리고, 자유롭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야학에 나오던 학생들 가운데 여러 명이 자신이 일하던 공장 물건을 훔쳐 단체로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 일에 대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야학 교사들이 시켰다는 학생들의 거짓 증언으로 오랜 역사의 해뜰야학은 한 순간 공중분해가 되었다. 믿고 가르치고 사랑했던 학생들에게 받았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로 몇 주간 나는 집 안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그 일들은 사람의 무서운 죄성을 보게 했고, 이념이나 사상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사람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상처로 낙담해 있을 때, 선배의 추천으로 섬기는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신학생에 대한 차가운 반응들, 운동권 중심의 청년부, 열악한 교육부 환경, 그러나 그 곳에서 선배 목사님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役事)가 무엇인지를 보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을 변화 시키는 것은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고 복음의 능력임을 알게 되었다. 복음의 능력은 사람에 대한 상한 내 마음을 회복시키고, 다시 목회에 대한 열정을 불타오르게 했다. 복음만이 사람을 변화 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특별히 청년들과 함께 방문했던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 그리고 대천덕 신부(성공회)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 분의 인격과 말씀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부분들이 해결되었고, 개인의 영성과 사회 영성의 균형과 성령론과 사회 참여에 대한 강한 도전의식과 목회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세상속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되었다.
선배들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신학은 목회 현장에서 쓸모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내게 감신에서의 4년의 시간은 수업을 통해 깊은 통찰과 균형 잡힌 생각을 얻었고, 더불어 교회사역현장을 통해 교회에 대한 이해와 성숙을 주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졸업이후 목회현장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아름다운 목회의 힘은 바로 감신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진리 탐구가 바탕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기독교가 오늘을 위해, 이 세상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님께서 오늘도 일하시고 또 언제나 일해 오셨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부르심, 그 소명(召命), 한 번도 그 거룩한 부르심에 대한 후회를 해 본적은 없다. 길을 잃은 이 시대에 감신에서 훈련했던 신학이 추상적인 이론이나 철학이라기보다 실험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내게는 있다. 공동체인 교회와 성도들의 삶을 통하여 나와 하나님, 나와 이웃과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기독교적인 접근을 모색하는 목회를 추구하고 있다.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의 실험을 말이다. 나의 모교, 감리교 신학대학교, 과거에 비해 교정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그 땅에서 경험한 시대의 예언자로서의 정신과 훈련은 지금도 나의 목회를 새롭게 하며 지탱하는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생명력이다. 그래서 감신은 내게 성지(聖地)이자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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