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문
잊을 수 없는 형제 목사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1-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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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10-24
Source : 기독교타임즈
Title : 잊을 수 없는 형제 목사
Article : 약수동 성곽길 언덕에 교회가 세워진지 40년이 되었다. 최종림 장로님은 은퇴와 임봉빈 강형구 두 분 장로님은 취임도 함께 축하하며 설립기념 주일예배도 드렸다. 이미 지방회에서 마친 예식이었기에 간단한 축하와 인사만 하였다. 은퇴ㅏ하시는 장로님을 위해서는 그동안 주보에 쓰셨던 글들을 모아 <쉬운 멍에>라는 책을 만들어 드렸고, 두 분의 신임 장로님께는 나무 십자가를 드리면서 십자가의 길을 잘 달려 나가자고 격려하였다.
감신대 총장이신 김홍기 목사님이 설교하셨는데, 형님 김동완 목사님과 함께 형제교회란 이름으로 교회를 시작하신 분들이시다. 뿐만 아니라 내게는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으신 분들이다.
나보다 세 살 연배이신 김홍기 목사님은, 해군 군목으로 임관하기 작전에 유신 반대 데모 전력이 드러나 이병 계급장을 달고 우리 내무반에 들어오게 되었다. 김 목사님을 통하여 예수를 믿게 되었고, 결국 신학을 하고 목회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나로 인하여 부모와 형제 그리고 두 동생까지 온 식구가 신앙인이 되었다.
1975년에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 처음 왔었고, 제대 후부터는 자연히 나오게 되었는데 그동안 전도를 받았던 여동생이 먼저 나오고 있었다. 신학을 마치고 강화도로 개척목회를 나갔고, 그 뒤로도 수십 년을 떨어져 지내다가 김동완 목사님의 갑작스런 사고가 계기가 되어 다시 돌아오게 되었으니 나 자신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설립주일이었다. 김홍기 목사님도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애써 눈물을 삼키셨다.
3학년으로 편입하여 배운 79년과 80년의 신학생 시절은 시국의 불안정으로 휴강이 많아 삼분의 일도 채 배우지 못하고 리포트로 대신한 적이 많았다. 그렇게 신학을 배우고 목회를 나갔으니 부족하기 짝이 없는 노르시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김홍기 목사님으로부터 성경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신구약 성서연구와 교회사 그리고 평신도를 위한 신학 등 교회에서 하였던 공부가 큰 밑거름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을 배웠다. 한 숟가락 밥에 껄떡거리는 군대서 금식기도를 시작하였고, 추운 겨울밤에도 잠을 줄여가며 초소를 순회하며 생강차를 돌리면서 영성훈련을 받았던 것이 내 신앙과 목회의 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먼저 제대를 하고 오니 형님인 김동완 목사님이 목회를 하고 계셨는데, 실은 목사님도 군대서 처음 만났다. 김홍기 군종사병의 열정적인 전도로 대대원 중에서 21명이 합동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세례식 주례로 김동완 목사님을 초청한 것이었다. 중부연회에서 목사 안수 받을 때도 보좌해 주셨다.
얼마전 삼척에 있는 모사님 산소를 다녀왔는데 처음 만났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목사님을 따라 법원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다. 압수된 등사기를 찾기 위해서였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절, 주보 만드는 등 사기로 불온 문서를 제작하였다는 것이었다. 시커먼 잉크를 묻혀가면서 만들던 그때였다. 그 뒤로도 시국사건에 연루된 분들의 재판받는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신앙과 사회참여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동대문 운동장에 고교야구를 구경하러 간 것이다. 그 뒤로는 단 한 차례도 야구장을 간 적이 없으니 지금까지 유일한 야구시합 구경이었던 셈이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당시 치열했던 시국에 대한 분노를 잠시 잊기도 하였다.
당시의 일화가 있다. 김칫독에서 원인 모르게 김치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가난한 산동네 교회인지라 여선교회에서 어렵게 담근 김장이어서 예삿일이 아니었다. 어느 늦은 밤, 기도하던 권사님이 담은 타넘고 들어온 한 사람을 보았다. 김칫독을 열더니 준비해온 그릇에 담고서는 다시 담을 넘어 나가는 것이었다. 뭐라고 함 틈도 없었던 것이 바로 담임목사님이었다. 더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갖다 준 것이었는데, 가난한 여선교회원들에게 좀 더 담그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셨던 것이다.
40주년 기념주일에 김동완 목사님 2주기 추모예식을 가졌다. 나의 신앙과 목회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쳤던 이 두 형제들은 내 생애에서 잊을 수 없는 분들이시다. 새로운 40년의 주제를 생각하면서 신앙과 사랑과 생명과 평화를 묵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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