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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METHODIST THEOLOGIC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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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 제13대 박종천 총장 취임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2-09-07 00:00:00
조회수
9673
첨부파일
 

취임사

존경하는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교수님들과 내외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 직원, 동문 여러분

성경에서 그리고 교회의 역사에서 미쁘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놀라움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이 놀라움의 핵심은 하나님의 은혜의 쓰나미 또는 태풍 해일이 죄악으로 가득 찬 인간들의 세계의 해변으로 들이 닥쳤다는 데 있습니다. 독일어로 놀라움’(Verwunderung)기적’(Wunder)이라는 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하나님께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중의 하나인 제15호 태풍 볼라벤을 주셨을까요? 태풍이 오면 바다의 적조가 쓸려나가고 해안의 각종 오염된 퇴적물들이 뒤집어 엎어져 정화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태풍은 하나님의 은혜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놀라운 은혜, 놀라운 기적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올해로 125주년을 맞이하는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제13대 총장에 취임했습니다.

1959년에 감신대 초대 학장으로 홍현설 박사님이 취임하신 이래로 지금까지 모두 열 두 분의 전임 총학장님들이 저의 선임자들이었습니다.

열둘이란 숫자는 성경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숫자입니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와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생각납니다. 감신대의 열두 총학장님들은 그렇기에 저에겐 한 시대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역사의 증인들이십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는 단지 13대 총장만이 아니라, 저부터 새로 시작하는 앞으로 12명의 미래 총장들의 역사로 볼 때, 새 시대를 여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습니다. 저와 감신대를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취임사를 준비하면서, 열두분의 전임 총학장님들 가운데 생존하신 분들만이 아니라 유가족되시는 분들을 기억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오시도록 정중히 초청하는 전화를 올렸습니다. 제가 1977년에 신학과를 졸업할 때 마지막으로 초대 학장이신 홍현설 학장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그후 열한 분의 총학장님들은 모두 저의 스승들이시거나 선배들이셨습니다. 홍현설 초대 학장님은 1953년 한국전쟁 한 가운데서 감리교 신학교 교장직을 시작하셨고, 1959년에 감리교신학대학의 초대 학장으로 취임하셔서 은퇴하시기 까지 무려 24년간 오늘의 감신대의 초석을 놓으신 분이었습니다. 홍학장님은 일제시대에 감신을 나오셨고 미국 유학을 거쳐 전쟁터로 변한 조국의 교회를 살릴 신학도 양성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저는 홍학장님을 일제로부터 출애굽하여 감신대 열두지파를 이끈 모세와 같은 지도자로 생각합니다.

홍학장님이 마지막 졸업장을 주실 때, 저는 약관 스물세살의 신학생이었습니다. 저는 감신대 1973학번인데, 내년이면 꼭 40년이 되어 저의 동기들은 홈커밍 준비중에 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러 저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서는 처음 총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감신의 모세가 사라진 후 40년의 역사는 실로 질풍노도와 같은 광야의 비바람과 온갖 풍상을 겪어 온 영욕의 세월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호수아서 4장에 보면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다 건넌 다음에 열두 지파의 대표들로 하여금 요단강 속에서 열두개의 돌을 채취하게 합니다. 그것은 모세 이후 40년 광야생활을 청산하고 하나님의 법궤, 곧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으로 마지막 관문인 요단강을 무사히 건넌 다음에 그것을 영원한 기념으로 삼기 위한 제의적 행위였습니다.

오늘 저는 지난 40년간의 감신대의 영욕의 역사라는 강 속으로 깊이 잠수하여 비록 그것이 아픔이더라도, 상처라도, 수치와 욕된 것이라도 열두개의 돌들의 기억들을 길어 올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나간 열두 총학장님들의 역사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음을 재확인하고, 이제 미래를 향한 새 발걸음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감신 역사의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을 이룰 첫 번째 비전은 감신대를 하나님 말씀의 진리와 능력을 믿고 성경을 신실하게 탐구하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법궤를 앞세우고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건넌 것처럼, 이제 감신대는 하나님 말씀 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성경적 기독교의 부흥을 일궈내어야 합니다.

감신대는 세상의 학문이나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 성경을 가르치는 곳이요, 그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목숨을 걸 사람들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일찍이 요한 웨슬리 목사님은 복음정신에 투철한 백명의 설교자들이 있다면 지옥의 기둥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 바 있습니다. 성경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그치면 그것으로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묵상할 때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감신대는 가르칠 것입니다. 앞으로 감신생은 호모 유니우스 리브리곧 한 책의 사람으로 불릴 것입니다. 감신대는 이 한 책만을 가슴에 품고 이 세상 끝 어디에나 부름받아 나설 수 있는 확고부동한 믿음의 사람들을 배출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감신 졸업생은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 특히 성령의 검 곧 하나님 말씀으로 무장하고 믿음의 선한 싸움에서 사단의 권세를 무찌르는 그리스도의 군사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감신대의 역사를 이룰 두 번째 비전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북왕국 이스라엘이 망하고 남왕국 유다마저도 임박한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하나님 마음에 합한 목자들을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을 선포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가슴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죄로 신음하는 동포와 이웃들을 불쌍히 여기는 하나님 마음의 불타는 열정을 상실했습니다. 사랑이 식어지고 껍데기 뿐인 형식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도탄에 빠진 민족을 사랑했던 감신 출신 손정도 목사님은 일본경찰의 모진 고문을 받으신 후 한 새벽녘에 눈물을 흘리시는 예수님을 만나 뵙고 나서 당시 이천만 동포들이 사망에 빠져 축 늘어진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리고는 복음으로 민족을 구원하고 해방하겠다는 그리스도의 뜨거운 심장을 다시 회복하였습니다.

감신인들은 한국교회의 위대한 전통인 새벽기도의 영성을 이어받아 하나님 심정을 가지고 민족과 세계를 품기 위한 영성훈련에 매진할 것입니다. 에즈베리 신학대학원의 텐넨트 총장은 최근 로잔 신학위원회의 강연에서 선교지향적 신학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신학교는 미래의 선교사를 양성하는 기관만이 아니라, 지금 선교하는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앞으로 감신대는 학위 중심의 교육만이 아니라, 선교현장의 필요를 적절히 채워 줄 수 있는 역동적이고 다양한 코스를 개발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말씀과 복음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이 아니라, 하나님 마음에 합한 뜨거운 사랑의 전도자와 사역자를 양성할 것입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목자는 하나님의 백성을 지식과 명철로 양육한다고 예레미야 315절은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감신대는 복음적 지성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이고 현대 사회의 경제, 사회, 법과 정치 등의 구조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학부 교육에서 기독교 인문학을 강화하여 대학원에서 신학을 심화전공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박사과정을 확대하고 특히 상담영성 박사과정을 신설하여 갈수록 증대되는 치유목회의 전문가들을 배출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감신대를 위한 세 번째 비전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는 충성스럽고 원칙있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감리교인이며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하버드 대학교의 다이애나 엑 교수는 그녀의 기포드 강연에서 21세기 인류의 가장 위험한 문제로 문맹이나 컴맹이 아니라 종교맹(religious illiteracy)을 지적했습니다.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종교적 광신주의입니다. 우리는 교리나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의 관점에서 곧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사물과 이웃을 바라보는 훈련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감신대는 힌두교인 마하트마 간디나 불교인 달라이 라마, 그리고 가톨릭 신자 마더 테레사의 의를 능가하는 의를 갈망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세워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화와 분쟁,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교회와 사회, 그리고 이 민족과 동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화해와 상생의 소망을 전파하는 하나님 나라의 사역자들이 되게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감신대의 미래 비전은 바로 하나님 말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사람을 키우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랑의 목회자를 양육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죽도록 충성하는 소망의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감신대 초대 학장 홍현설 박사님은 말년의 설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무엇을 하였나에 의해서 판단되지 않고, 비록 성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무엇을 하고자 했는가에 의해서 판단된다. 그러므로 비록 사막에서 죽을지라도 끝까지 비전을 가져야 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감신인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하나님께서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를 어느 길로 부르고 계십니까? 모세 이후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감신대의 미래적 비전, 곧 하나님 말씀, 하나님 마음,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확고하게 붙잡는 길로 부르십니다. 이제 우리 앞에 어떠한 난관이 닥칠지라도, 저 황량한 역사의 사막에서도 비전을 가졌던 모세처럼, 홍현설처럼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 하나님의 약속과 비전위에 굳게 섭시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여호수아의 사명을 실현합시다!

이제, 여호수아서 1, 7, 9절의 말씀을 읽어드림으로써 제 취임사를 마치려 합니다.

오직 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극히 담대히 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1:7, 9) 아멘.

감사합니다.

2012828

박종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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